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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국민연금 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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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가난 못면하는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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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글쓴이
: 관리자 조회:
12233 날짜: 200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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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은행 파업사태가 막을 내린 지난 6월 말, ‘워킹보이스(workingvoice)’란 인터넷 사이트에 자신을 ‘조흥은행 비정규직원의 남편’이라고 밝힌 사람이 이런 글을 올렸다.
“당신들(정규직)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모든 것을 내팽개쳤을 때, 그것을 주워담고 지켜낸 것 은 시급(時給) 3000~4000원짜리 비정규직이었음을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다.”
조흥은행 직원 중 정규직은 5000명, 비정규직은 2000명 안팎이다. 물론 파업을 주도하고 참여한 직원 대부분은 조합원들인 정규직이었다. 파업 당시 전체 점포 476곳 중 227곳이 창구 영업이나 마 할 수 있었던 것은 비조합원인 비정규직이 자리를 뜨지 않은 덕분이었다.
하지만 ‘파업한 대가’만 인정됐을 뿐, ‘자리를 지킨 대가’는 인정되지 않았다. 정규직은 파 업을 통해 ‘고용 보장’과 ‘합병은행 수준의 임금 인상’이란 결실을 얻어냈지만, 비정규직에 게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조흥은행 사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비정규직 문제의 대표적인 사례다. 정규직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뒤에서 비정규직이 소외되는 현상이 십수년간 누적된 결과, 우리 공동체에서 ‘노동 귀 족’과 ‘근로 빈곤층’이 갈등하는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90년대 중반 이후 우리 직장에는 비정규직이 급증했다. 통계청이 분류한 일용·임시직을 비정규직 으로 간주할 경우, 1996년 570만명(전체 근로자의 43.2%)이던 비정규직은 지난해 732만명(51.6%) 으로 162만명이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은 기업이 노동조합으로 무장된 ‘고(高)비용’의 정규직 채용을 줄이고, 그 공백 을 비정규직으로 메웠기 때문이다. 예컨대 삼성그룹은 매출액의 증가에도 불구, 1998년 12만4000 명이던 정규직 숫자는 4년 뒤인 2002년에도 12만명으로 변동이 없었다. LG그룹 역시 정규직 수 는 9만2000명에서 9만4000명으로 수평이동했을 뿐이다.
울리히 벡 독일 뮌헨대 교수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근로자들의 비정규직화 문제에 대해 “세계의 노동자들은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 인 만큼 근로자들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강성 노조의 정규직이 탄 엘리베이터는 지금도 상승하고 있다. 그럴수록 비 정규직의 하강(下降) 속도는 더욱 빨라지는 양상이다. 남성일(南盛日) 서강대 교수는 “비정규 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규직의 양보가 필요하며, 정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법적(法的) 격차’를 줄이는 작업부터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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