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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연구지원비는 "밑빠진 독의 물"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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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글쓴이
: 관리자 조회:
12517 날짜: 200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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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독문과의 일부 교수들이 학술진흥재단(학진) 지원 연구를 하면서 연구원으로 참여한 시간강사와 대학원생들의 수당을 가로챘다는 충격적인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해당 교수들은 폭로자인 한 시간강사가 교수 임용 탈락에 불만을 품고 일방적인 주장을 한 것일 뿐, 자신들은 깨끗하다고 주장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른 대학 교수가 나서, “학진 조사를 얼버무리기 위해” 이들 교수가 자신을 비롯한 “여러 사람에게 줄기차게 거짓 증언을 로비했다”고 2차 폭로를 해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지성과 양심의 전당인 대학에서 곧바로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허망한 진위 공방만 이어지니 입맛이 쓰다.
대학 전임 교수들의 연구비 착복 사례는 실제로 어제오늘 일이 아닌 고질적인 행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도 한국해양대에서 수억원대의 연구비를 빼돌려 쓴 일로 교수 2명이 구속되고 4명이 입건되는 불미스런 사건이 있었는데, 이 때도 연구사업에 제자와 시간강사들을 동원하고 그들에게 돌아가야 할 연구비를 가로채거나 회의비 영수증 등을 허위로 꾸며 거액을 빼돌렸다가 들통이 났다. 이들은 검찰에서 오히려 “오래된 관행인데 왜 수사를 하느냐”고 반발하는 등 심한 도덕 불감증까지 드러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교육부와 학진은 1999년부터 해마다 2000억원씩 총예산 1조4000억원이라는 어머어마한 액수의 돈을 대학 연구사업에 쏟아붓고 있다. 그러면서 연구 지원 성과가 언젠가는 국가 경쟁력 강화로 되돌아 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가설’은 연구자들의 학자적 양심과, 대학 및 감독관청의 엄격한 회계 관리가 전제됐을 때만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이다. 바로 이 점이 연구비 착복 조사를 학진에만 맡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교육부와 당사자인 연세대도 즉시 자체조사에 나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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