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마다 기준 제각각 납부자 강력 반발
이의신청 안한 성실납세자 제외 항의 빗발

지난 3월 말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지난달부터 학교용지부담금의 환급이 시작됐지만 지자체마다 환급대상 기준이 서로 달라 납부자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부담금 고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감사원심사청구를 통해 이의제기를 한 경우에는 전액 환급되고 있지만, 행정심판을 청구한 경우에는 지자체마다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90일 이내 행정심판청구건에 대해서는 일부 지자체에서 환급을 해주고 있지만, 180일 이내 행정심판청구건에 대해서는 거의 환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행정심판은 해당 지자체가 고지서에 환급과 관련한 안내조항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 최장 180일까지 청구할 수 있다.

10일 한국납세자연맹 및 각 지자체에 따르면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환급대상이 약 1300건으로 가장 많은 마포구를 비롯해 강남구, 구로구, 노원구, 송파구, 중랑구 등은 일단 90일 이내 감사원심사청구건에 대해서만 환급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포구 주택과 관계자는 "일단 감사원심사청구건만 진행하고 행정심판청구건에 대해서는 오는 22일 열릴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에 따를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구시의 경우도 구청별로 일단 90일 이내 감사원심사청구를 한 대상자들에게 이달부터 1차로 환급을 실시하고 있으나 행정심판청구건에 대해서는 결정을 보류 중이다. 전라북도는 91~180일 행정심판청구건도 환급대상에 포함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환급시기는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광역시 내 자치구별로 서로 다른 경우도 있다. 한국납세자연맹 측은 "인천 남동구는 180일 이내 행정심판청구건에 대해 곧 환급통보를 할 예정인 반면 서구는 인천시 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을 지켜본 뒤 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180일 이내 행정심판청구건을 환급대상에 포함한 경우에도 예산 부족으로 인해 지급시기가 크게 늦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대전시는 최근 시 행정심판위원회 결정에 따라 180일 이내 행정심판청구건에 대해서도 환급해주기로 했지만 필요예산 14억여원을 확보하지 못해 오는 9~10월 2차 추경에 반영할 계획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추경 확보도 여의치 않으면 내년 본예산에 반영해 가급적 빨리 환급해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부담금을 성실히 납부했으나 이의신청 기간이 경과했거나 이의신청 기간 내이지만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경우 한 푼도 환급받지 못한다는 것. 교육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징수된 학교용지부담금 4945억원(33만3000여명) 가운데 760억원(4만6000여명)만 되돌려 받게 된다. 나머지 28만7000명은 성실히 납부하고도 단지 이의제기를 안했거나 늦게 했다는 이유로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된 셈이다.

이 때문에 환급대상에서 제외된 납부자들의 항의가 해당 지자체마다 빗발치고 있다.

최종구 경기도 법무담당관실 행정심판 전문요원은 "환급대상에서 빠진 부담금 납부자들로부터 하루에도 수십통씩 불만 섞인 전화를 받을 때 어떤 말로도 이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낀다"며 "학교용지부담금 환급특별법을 서둘러 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국회에는 주민의 이의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부담금을 돌려주고 학교용지부담금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특별법안이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