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용지에 관한 특례법은 공립 초·중등학교의 학교용지를 쉽게 확보하기 위하여 300세대 규모 이상의 주택건설용 토지 또는 주택을 분양받는 자에게 학교용지부담금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3월31일 헌법재판소는 학교용지부담금의 부과 근거조항에 대하여 헌법이 정하고 있는 의무교육의 무상원칙과 평등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위헌결정을 하였다. 그동안 정부는 법률의 근거없이 학교용지부담금을 거둬 들인 셈이다.

그렇다면 마땅히 부담금을 돌려 주어야 할 것인데, 여기에는 법적 안정성에 터잡은 법적 논란이 있다. 헌법재판소법은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조항은 형벌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소급하여 효력이 상실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대법원은 위헌결정 이후에 그 위헌법률이 법원에 제소된 일반사건에도 효력이 미친다고 하는 등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꾸준히 확대해 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제소기간이 경과한 경우까지는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제소기간을 놓친 부담금 납부자의 구제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인지, 교육부가 전국 시·도에 보낸 학교용지부담금 환급지침은 대법원이 취한 법리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지침에 의하면, 쟁송기간내(부과 처분을 안 날로부터 90일내)에 행정소송·행정심판·감사원 심사청구 등의 쟁송수단을 통하여 이의를 제기한 사람에 대해서는 부담금 부과관청이 부담금을 환급하라는 것이다. 이에 비해 쟁송 기간이 경과한 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자 등은 환급 대상에서 빠져 있다. 법과 정책을 믿고 따른 사람은 손해를 보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의 경우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부담금으로 징수된 금액은 약 2천억원이고, 행정심판 청구는 약 8,000건, 감사원 심사청구는 약 4만6천건인데, 이중 환급지침에 의하여 구제받는 경우는 약 5백억원에 불과하므로 구제받지 못하는 대다수 사람들의 저항은 예측불능이다.

이에 당은 조세 형평성을 훼손할 수 있다면서 이의신청 여부나 기간에 관계없이 납부자 전원에게 학교용지부담금을 돌려줄 것을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이의를 신청하지 아니하거나 기간이 경과한 납부자에게까지 환급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이번 위헌결정은 정부가 저지른 잘못을 확인해 준 것이므로 정부는 자신이 만든 위법 상태를 스스로 제거할 의무가 있다. 이런 점에서 당정은 열린우리당 이상민 의원이 부담금을 낸 모든 사람에게 부담금을 환급하는 것을 골자로 발의한 학교용지부담금 환급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환급 대상에서 빠진 부담금 납부자들로부터 하루에도 수십여통씩 볼멘 전화를 받을 때 그 어떤 말로도 이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낀다. 당정은 이런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조속히 학교용지부담금의 환급특별법을 제정해 갈등을 풀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