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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직원들 국민 개인정보 전화부 보듯
전남 화순서 또 수십차례 들여다봐
“정보열람 사유 제한 등 필요” 지적
광주시에 사는 임아무개(32)씨는 지난달 집안 사정 때문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공단에서 아내 장아무개씨의 개인정보를 열람한 내역을 보여달라’는 내용이었다.
설마 했는데 결과를 받아본 임씨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연고도 없는 건강공단 화순지사에서 지난 1년 동안 아내 장씨의 개인정보를 22차례나 열람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열람 당사자는 지사 직원이었다. 특히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5차례나 집중적으로 정보가 열람됐다. 임씨 자신의 개인정보도 지난해 2차례 열람됐다.
임씨는 “내가 이런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계속 가족의 개인정보를 누군가 봤을 거라고 생각하니 두려움과 공포심이 느껴졌다”며 “화순지사에 항의하자 지사 관계자들이 찾아와 회유까지 했다”고 말했다. 건강공단 화순지사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열람한 것은 잘못된 일이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사실을 인정했다. 임씨는 경찰에 정보를 열람한 직원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고 건강공단도 감사를 진행해 중징계할 예정이다.
건강공단의 개인정보 무단 열람·유출은 국정감사 때마다 지적되는 ‘단골 메뉴’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여전히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 개인정보 무단 열람·유출 등으로 적발된 건강공단 직원만 2008년 19명, 2009년 23명이다. 공단은 이들에게 견책, 감봉, 정직, 파면 등의 징계를 내렸다. 또 개인정보보호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개인정보제공심의위원회’를 운영하며, 상시 모니터링이 가능한 ‘개인정보관리시스템’도 개발했다. 건강공단은 2008년 보건복지부의 개인정보보호 실태 점검에서 복지부와 소속·산하 기관 11곳 가운데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임씨의 경우처럼 기본적인 개인정보를 열람하는 데는 여전히 큰 제약이 없다. 민원인과 상담해야 하는 직원들은 업무특성상 열람 사유를 적을 필요가 없고, ‘업무 외 열람’이라는 경고도 뜨지 않는다. 임씨처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하지 않는 이상 개인정보 무단 열람 사실을 적발하기도 어렵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건강공단의 기본정보에 있는 주소, 가족사항 등은 다른 기관의 어떤 개인정보보다 당사자의 현재 상태를 정확하고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며 “공단이 관리하는 개인정보가 방대한 만큼 열람 사유를 제한하고 권한에도 한도를 두는 등 진료기록 등과 같은 수준으로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한겨레21 2010-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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