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성규 한국납세자연맹 부회장 |
현대국가는 조세국가다. 따라서 한 나라의 공정한 과세체계는 국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다소 회의적이다. 전화 한 통으로 수억 원을 버는 검사 출신 변호사, 감세 대가로 수억 원의 자문료를 챙기는 고위 세무공무원 출신 세무사들의 행태는 서민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또 사기 친 자는 벌을 받지 않거나 적게 받는 대신 사기당한 자가 고통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법을 지키면 손해인 사회가 되어 선한 자가 벌을 받고 악한 자가 상을 받는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OECD 자료를 보면 소득 포착이 안 되는 지하경제 비율은 2010년 기준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26.3%로 미국의 3배다. 국가 부도가 난 그리스와 비슷하다. 2015년으로 치면 GDP 1559조 원 중 410조 원이 지하경제라는 얘기다. 410조 원의 소득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유리지갑 근로자, 성실 납세자가 세금이 공정하지 않다고 여겨 세금을 내기 싫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공정한 국세 행정으로 신뢰도가 83%에 이르는 스웨덴 국세청에 비해 한국 국세청은 14%에 불과하다.
세무조사 목적만 봐도 그 이유는 이내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탈루세금 추징’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미국은 ‘국민의 자발적인 성실 납세 의식 향상’이다.
최근 최순실 스캔들을 통해 우리나라 정치의 수준이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후진적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민주적 절차와 통제장치가 고장 난 끝에 국가권력의 도덕적 권위마저 상실한 상황이다. 최근 흡연자 1000만 명에게 매년 5조 원 이상을 증세하는 담뱃세 인상을 추진하면서도 공청회 한 번 안 하고, 통상 입법예고 기간이 40일인데 담뱃세 인상은 주말을 포함해 4일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민주주의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제도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법치국가라면 상식적인 법이 만들어지고 공무원이 절차에 따라 그 법을 공정하게 집행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그 법을 사회적 규범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자수성가한 부자가 적은 것 역시 국가권력이 공정한 심판자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법을 지키면서 성실히 노력하면 누구나 잘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