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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규 한국납세자연맹 부회장 |
근엄한 얼굴로 어깨에 힘주고 권세를 부리던 모습은 오간데 없고 살랑거리며 미소 띤 얼굴로 손 내미는 후보자들의 거리모습에 어리둥절한 요즘이다. 뭐든지 안 되는 것이 없다는 선거철이다. 분위기로 봐서는 지구상에 이런 지상낙원이 따로 없으며 설령 누구든지 후보자에게 부탁만 하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줄 기세다.
그런데 그간 본인의 경험치로서 이런 허상속의 기류는 투표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180도로 냉혹하게 돌변한다. 그게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선거판의 실상이요 민낯이다. 그래서 후보자들의 가식적인 웃음과 포퓰리즘으로 도색된 그럴싸한 공약에 현혹되지 말고 오로지 사실에 근거해서 냉정히 현실을 직시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 수차례의 정권교체가 있었어도 자살률은 2003년이래 OECD회원국중 압도적 1위를 고수하고 있고 65세이상 노인빈곤율 또한 수년째 1위로 지금도 계속 오르는 추세에 있다. 또한 350만명에 달하는 체감 실업자와 더불어 청년실업율도 줄곳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우리사회의 골칫거리이자 최대 현안인 빈부 양극화도 나날이 확대일로에 있다. 도대체 우리사회에 무슨 사정이 있길래 화성을 간다는 21세기에 들어서도 이런 암울하고 치욕적인 비극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를 묻는다면 본인은 망설임 없이 작금에 우리사회에 만연되어 언론에 회자되고 있는 “지대추구행위”(rent seeking)를 꼽는다.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기존 기득권자가 자신의 독점적 이권을 지키기 위해 로비, 약탈, 방어등 비생산적인 경쟁활동에 몰두하는 것인데 쉽게 말해 가진자들이 끼리끼리 모여 벽을 만들고 그 안에서 무슨 짓이든 다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비근한 예로는 대기업노조가 작금의 최악의 실업난은 아랑곳없이 자식들에게 일자리를 대물림 할 수 있도록 사측에 요구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노벨경제학자 수상자인 조지 스티글러 교수의 “규제의 포획이론”으로 처음에는 공무원이 특정기업과 조직을 감독하고 규제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해관계속에 상호부조하는 공생관계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즉 직무상 엄격한 규제로 인해 해당 기업이 망가지면 자기 일자리나 업무가 사라져 급기야 조직으로부터 비난까지 들어야 하므로 어느 시점에서는 오히려 적당히 타협한다는 것이다. 넓게 보면 정치인이 공무원표를 기대하여 해당보수를 말할 때는 수십가지의 각종수당을 제외하고 기본급만 언급해 공무원을 감싸는 행태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하여간 이래저래 기댈 곳도 힘도 없는 서민만 죽을 맛이다. 백번 바꿔 봐도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이런 암 덩어리 철벽구조를 들어내지 않는 한 결국 말장난에 지나지 않으며 백년하청일 뿐이다. 오직 승자독식만이 횡행하고 뭘 해도 계란으로 바위치기인 이런 현실에서는 허구헌날 투표해본들 서민들의 피팍한 삶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기대난망이다. 또 다시 이 나라에 지도자를 뽑는 장마당이 섰다. 하지만 하이에나가 들끓는 초원에서 사자의 출몰만 살피고 움직이는 사슴이 과연 안전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오늘도 뉴스에는 공시생이 자살했다는, 집배원이 과로로 숨졌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들린다. 동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너무 가슴 아픈 일로 면목이 없다. 이에 이 땅의 지도자가 된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극단의 생계에 내몰린 서민을 돌보고 과도한 기득권에 도취되어 근본적인 개혁을 외면하는 국회와 관료사회를 수술대에 올려야만 한다. 그래야 서로 상생하며 말로만 외치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꽃피울 수 있는 진정한 선진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