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철이 돌아왔지만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열심히 하겠다고 외치고 연신 허리 굽혀 인사해도 싸늘한 바람만 불고 차가운 시선은 고개 숙여 내미는 작은 명함마저 외면해 버린다. 한바탕 축제가 되어야할 선거판은 철 지난 바닷가를 연상케 하고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는 후보자는 생뚱맞기까지 하다.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품었던 정치권에 대한 기대가 19대 국회를 거치면서 완전히 무너진 느낌이다.
경기불황으로 저소득층의 고통은 더하는데 이를 구제할 각종 민생법안들은 자동폐기 될 운명이고 국민의 신뢰는 바닥을 헤매는데 국내총생산(GDP)대비 세비와 주어진 권한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대로만 행동하는 동화 속 청개구리를 연상케 한다. 급기야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19대 국회는 이렇다 할 성과는 고사하고 임기 내내 정쟁으로 일관해 국민을 절망케 했다.
19대 국회의 의원입법 가결율은 11.5%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에 반해 최대 현안인 청년실업률은 12.5%로 역대 최고치고 노인자살률, 노인빈곤율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압도적 1위다. 아울러 최근 OECD가 발표한 가계소득 비율도 2014년 GDP 대비 64.3%로 30개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고 하락세도 두 번째로 빠르다. 여기에 우리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는 이미 1천200조 원을 넘어섰다. 제반 지표가 위험수위에 달해 시급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신해 법률을 제정하고 심의하며 국민의 자유와 복리증진을 위해 성실히 직무에 임해야 함을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함에도 19대 국회는 막중한 본분을 망각한 채 삶에 지쳐가는 민생을 돌보기는커녕 철저히 외면했다. 무책임한 행태로 명백한 형법상 직무유기다. 더구나 최근 정치권은 20대 국회의원 공천과정에서 여야를 불문하고 막장드라마와 같은 추태를 일삼아 정치에 대한 환멸마저 불러오게 했다.
오늘도 길가의 현수막과 홍보물은 또다시 후보자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추구하는 정치철학은 차치하더라도 후보자가 어디서 어떻게 살아 왔는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당선 후 어떻게 표변할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것은 매번 마찬가지다. ‘깜깜이’ ‘묻지 마’ 선거의 전형으로 유권자는 마치 알파고와 대결하며 난감해하는 이세돌이 되버린 듯하다.
그래도 선택해야 한다면 최선이 아니더라도 최악은 피해야 한다.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국회의원 질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특히 자질이 의심되는 국가부정론자, 병역 기피자, 이중국적자, 파렴치범, 조세포탈범, 무능력자, 평판이 나쁜 자 등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문제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민생과 직결되어 있는 국회의원을 무심코 뽑을 수는 없다. 19대 국회를 반면교사로 상식 밖의 국회의원을 선택하여 후한을 남겨서는 더욱 안 될 것이다. 유권자는 나라의 미래가 내손에 달려 있음을 유념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