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과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을 다 더한 국민부담률이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신문보도다.
작년 우리나라 국민들의 조세부담률은 22%로, 91년부터 99년까지의 평균 조세부담증가률보다 무려 7배(1.5%p) 상승한 수치다. 1인당 246만원, 4인가족 기준 984만원의 세금을 부담한 셈이다.
98년을 기준으로 미국(22.1%)이나 독일(22%)등 선진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수치인 반면, 고질적인 사교육비 부담과 사업자의 부정부패비용(뇌물) 등을 감안하면 훨씬 높은 조세부담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견된다.
문제는 이같은 국민부담률 상승추세가 당분간 계속되리라는 것. 금융구조조정 등에 필요한 공적자금중 최소 80조 가량을 재정에서 메워 줘야 하고, 국민·공무원 등 연금의 잠재부채가 230조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국가부채는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 매년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우리 납세자들은 별다른 저항 없이 잠잠하다. 재산세 몇 만원 인상하면 곧바로 반발하고 나섰던 사람들 아닌가.
그 이유는 다름 아니라 간접세 부담이 50%가 넘고, 직접세도 원천징수방법을 통해 거두기 때문이다. 요컨대 우리 국민들은 자신의 소득중 엄청난 몫을 세금으로 부담하면서도, 그 세금이 어떻게 걷히는지 잘 느끼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기성세대는 후세에 엄청난 빚만 물려주는 무책임한 조상이 될 게 뻔하다. 투표권 없는 자녀와 아직 때어나지 않은 미래세대에게 부(富)를 물러주지 못할 망정, 빚을 물려주는 것은 기성세대의 명백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다.
한편으로 국민부담률 못지 않게 큰 문제가 '불공평한 부담'이다.
조세부담의 증가가 직접세보다 간접세 위주로 이뤄지는데다, 미흡한 과표양성화 수준에 따라 근로소득자와 사업소득자의 세부담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세금이 빈부격차 해소 등 '소득재분배' 기능을 수행하기는커녕, 되레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는 또 어떤가. 사회보험 등 복지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선 보험료를 공평하게 부과할 수 있는 토대, 즉 국민의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사회의 투명도가 전제돼야 한다.
국가투명도가 35개국중 31위인 국가에서 시행한 복지정책을 한번 보라.
소득이 전혀 없는 실직자에게 더 높은 보험료가 부과되고, 유리지갑 근로자에게 보험료 부담이 집중돼 입법목적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이들의 가처분소득만 줄어들고 있다. 가난한 사람과 중산층이 고통받고 있다.
말하자면 현 정부의 복지정책은 '기초공사도 없이 집만 빨리 짓고 보자'는 식이다.
선거때마다 면전에선 '근로소득세 경감 정책'을 제시하면 뭐하나. 자영업자와 거액 금융소득자, 국제거래를 이용한 탈세, 잔존한 협의과세 관행 등을 뿌리 뽑기 위한 일련의 세원투명화 대책이 없는 한 '밑빠진 독에 물 붓기'다.
노동자 월급이 올라도 세금 때문에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한 이같은 정책들은 모두 '야바위 정책'이다. 여기에 더 이상 속아선 안된다.
독일 납세자들로부터 배워야 한다. 이들은 2차대전후 전후복구때 급격히 증가한 조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독일납세자연맹을 만들었다. 지금은 50만명의 납세자들이 내는 회비로 전국적인 조직과 연구소를 설립, 합리적 조세정책 입안과 예산낭비 감시, 조세부담 증가억제 등 납세자들의 명실상부한 이익단체로 발돋움했다.
'오늘의 위기를 정치가가 해결하겠지'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나서겠지' 등의 생각만큼 위험스런 게 없다. 자신의 행복과 인간다운 삶을 위해선 자신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납세자들은 빨리 깨달아야 한다.
나 자신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후손에게 빚 대신 부를 물려주기 위해, 공평한 사회를 위해, '확실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우선 세금낭비의 주원인인 부정부패 추방을 위해선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정밀한 '공직자 윤리규정'을 만들어 적용하는 한편 '돈세탁 방지법'의 규제대상에 불법정치자금을 포함시켜야 한다. 또 부정부패로 낭비된 예산을 환수할 수 있는 '납세자소송제도'를 시급히 입법화해 한다.
조세를 비롯한 사회보험의 공평부담을 위해 국세청은 정권으로부터 독립해 꾸준히 과표양성화를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납세자가 국민의 공동자산인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권리를 적극 행사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늘의 위기를 정치가가 해결하겠지'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나서겠지' 등의 생각만큼 위험스런 게 없다. 자신의 행복과 인간다운 삶을 위해선 자신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납세자들은 빨리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