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근로자 경정청구권 보장, 현실성 낮아 아쉬워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세제개편안 내용중 한국납세자연맹이 줄곧 주창해온 '근로소득자 등 원천납세의무자에 대한 경정청구권(잘못된 세금신고납부에 대해 2년 이내에 다시 바로잡을 수 있는 권리)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반갑다.
그러나 해당 조항을 꼼꼼히 들여다 보니 적지 않게 실망스러운 점이 발견됐다.
재정경제부는 개편안에서 "과세표준 확정신고가 면제되는 '근로소득, 퇴직소득, 연금소득, 원천징수되는 사업소득만 있는 자'에 대해서는 원천징수의무자(회사측)에게 경정청구를 허용한다"고 명시했다.
회사 직원인 근로소득자가 경정청구를 할만한 전문 식견이 없는데다 비용도 많이 들고, 적은 금액을 해당 근로자가 직접 청구할 가능성이 낮다는 게 회사측에만 경정청구권을 보장해준 근거라고 한다. 또 근로자들이 일괄청구해야 행정비용이 덜 든다는 게 재경부측 주장이다.
하지만 구석구석에서 치명적인 문제가 발견된다.
우선 세법규정 등을 잘 몰라 소득공제를 못받은 것은 근로소득자 자신의 책임인데, 사후 경정청구를 해 줘야할 주체가 원천징수의무자(회사측)라는 점이 걸린다. 근로소득자 개인의 불복할 권리를 원천징수의무자인 회사가 떠안아야 한다는 점은 별다른 합리적 이유 없이 회사에 지나친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이는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어긋날 소지가 있는데, 이는 근로자에 대한 권리규정을 회사에 대한 의무규정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경정청구서 작성 관련 전문성을 문제 삼자면 회사 경리실무자나 근로소득자 개인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특히 환급금액이 소액일 경우 근로자의 권리를 찾아 주기 위해 회사 입장에서 치러야 할 기회비용이 너무 많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근로자에게 환급금 3만원은 충분히 노력해서 환급받을 만한 액수이지만, 회사에게 부가될 기회비용은 3만원을 훨씬 넘을 것이다. 더욱이 전문성이 없다고 당사자 대신 다른 이해관계자에게 권리를 준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1년에 한번 일괄적으로 회사가 경정청구를 해준다면, 그 시기 직전에 2년이라는 경정청구 시한이 종료돼 청구가 불가능하게 될 수 있다. 반대로 회사가 수시로 개별 근로소득자들의 경정청구를 대행해 준다면 경리과는 인원을 당장 두배로 늘려야 할 것이다. 모두가 회사에게 경정청구신청의 짐을 지운 탓이다.
마지막으로, 퇴직자의 경우 다소 껄끄러울 지도 모르는 이전 직장에 찾아가 경정청구를 해야 하는 상황의 곤혹스러움이다. 엄청나게 바쁜 전 직장 경리과에 찾아가 자신의 세금 5만원을 환급받아 달라고 떼를 써야 하는 근로자의 처지가 눈에 선하다.
이와 함께 자유기고가 등 원천징수 사업소득만 있는 사람은 자신에게 원고료 등 보수를 주는 회사에 찾아가 소득세 경정청구 업무를 해달라고 졸라야 한다.
결론적으로 재경부가 근로소득자 등을 제외하고 회사 등의 원천징수 의무자에게만 경정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은 전혀 현실적이지 못한 방안이다.
무엇보다 근로소득자 등 원천납세의무자에게도 경정청구권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자칫 생색내기용 세제개편으로 비판받을 소지가 높다.
연맹은 최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근로소득 등 경정청구 허용에 대한 의견서'를 재경부 세제실에 정식 공문으로 보냈다. 재경부가 연맹의 합당한 의견을 수용할 지 60만 회원과 함께 지켜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