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발표된 노사정 합의문중 임금피크제 확대를 위한 취업규칙의 변경사항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예정인 정년60세 의무화와 청년실업 증가에 따른 일자리확보와 맞물려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이런 사항도 정작 상위10%인 대기업, 공기업근로자등에만 피부로 와 닿지 노동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나 특수고용직 근로자들에게는 공허한 소리로만 들릴 뿐이다. 장시간 근로나 저임금에 시달리는 대다수 근로자들의 열악한 노동여건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사업장에서 동일 업무를 수행해도 성과와는 상관없이 임금을 과도하게 차별하고 심지어 수당마저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행위가 우리사회 노동현장 도처에서 벌어진다. 기간제근로, 파트타임, 파견근로자등 소위 비정규직으로 불리는 그들이 주요 희생양이다. 정규직을 빌미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악질적 인턴제나 경험을 구실로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현장실습등이 그 아류로 방법 또한 다양하다.
국내 대형 제조업을 보더라도 정규직 연봉은 1억 원, 사내하청 인력은 6천만 원, 2차 하청업체 노동자는 3천만원선으로 그 격차가 상식을 한참 벗어난다. 최저생계비에도 미달하는 임시직등 저임금 근로자의 경우에는 아예 언급할 처지도 못된다. 이에 비해 스웨덴 덴마크등 북유럽 국가들은 20대의 견습공과 50대의 숙련공은 물론 직업 간 임금차이도 별반 크지 않다.
우리나라에 대한 2015년 OECD 고용전망 보고서를 보면 그 실태는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우선 우리나라 노동자 7명 가운데 1명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을 받는다. 이는 OECD 20개국 평균의 2.7배, 일본의 7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회원국중 가장 열악하다. 또한 현 직장에서 근무경력이 1년 미만인 근로자의 비중이 30.8%로 OECD 평균 17.5%의 두배에 육박하며, 임시직 근로자 비중도 21.7%로서 OECD 평균 11.1%를 넘어선 최상위권이다. 그야말로 최악의 고용 참상이다.
하루빨리 고용의 질 저하와 소득분배 악화, 근로의욕의 상실을 불러오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중산층이 몰락하고 미국의 금리인상설이 나도는 등 불안한 세계경기와 함께 그 동안 우리경제를 이끌던 중국마저 활력이 둔화되고 있어 걱정이 크다. 빈곤층이 중산층으로 도약 할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를 복원해 내수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에 총력을 모아야 한다.
금년 7월기준으로 청년실업자가 42만명에 육박하고 아르바이트나 취업준비자를 합한 실질 청년실업자는 110만명에 달한다는 분석과 더불어 65세이상 고령층의 절반이 저소득 빈곤층이라는 암울한 통계도 있다. 이해득실을 따지기에 앞서 상대방을 헤아리는 역지사지로 극도로 왜곡된 노동시장의 간극을 줄이고 국가미래를 위한 공존, 공생방안을 모색할 때다.
우리나라 설화에 의좋은 형제가 있다. 1964년 초등학교 교과서에 소개된 내용으로 각자 가을에 추수를 한 후 어려운 사정을 헤아려 한밤중에 볏단을 상대방에게 옮겼으나 볏가리가 조금도 줄지 않았다. 사실을 확인한즉 두 형제가 같은 행동을 했다는 훈훈한 이야기로 각박한 오늘날에 새삼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