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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급·절세’ 강조하는 국세청 전략, 자발적 납세의지 훼손 우려
납세자연맹, ‘납세자의 날’ 앞두고 국세청의 ‘강제적 준수 전략’ 문제점 지적
환급과 절세는 민간에 맡기고 국세청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스웨덴에 ‘모범납세자’상이 없는 이유는? “성실납세는 당연한 일…보상필요 없어”
한국 국세청이 보도자료, 세금정보 안내책자, 고지서 문구 등을 통해 세금을 ‘절세’, ‘절약’, ‘세금을 가장 적게 내는 방법은 지금 내는 것’ 등으로 표현하는 전략이 국민의 자발적 납세 의지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간을 경제적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이런 전략은 납세를 도덕적 의무나 사회적 책임으로 여기기보다는 단순히 경제적 손익 계산의 문제로 인식하게 만들고, 납세자를 복잡한 계산의 주체로 몰아넣어 자발적 납세 의식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다.
한국납세자연맹(회장 김선택)은 다음달 3일 ‘납세자의 날’을 앞두고, 국세청이 사용하는 ‘절세’라는 단어와 이를 중심으로 한 강제적 준수 전략을 비판하며, “스웨덴 국세청의 사례처럼 국세청이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자발적 준수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27일 주장했다.
납세자연맹에 따르면, 법 준수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강제적 준수 전략’으로, 인간을 합리적․경제적 존재로 보고, 탈세를 이득과 불이익의 문제로 바라보는 방식이다. 강제적 준수 전략은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탈세적발 확률을 높이고 불이익 증가시키는 정책을 강화한다. 두 번째는 ‘자발적 준수 전략’으로, 인간을 사회적 책임과 도덕적 의식을 지닌 존재로 보며, 탈세를 줄이기 위해서는 ‘탈세는 나쁘다’는 사회적 규범을 강화하고 국세청에 대한 신뢰를 증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 국세청은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탈세 ‘적발확률’을 높이는 세무조사 강화, 탈세포상금 제도 등을 시행하고 동시에 불이익(가산세·벌금·징역형)을 강화하는 등 강제적 준수 전략에 의존하고 있으며, ‘절세’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역시 이러한 접근의 연장선에 있다고 납세자연맹은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은 납세를 도덕적이고 공동체적인 행위로 보기보다는 ‘돈의 문제’로 축소시켜 납세자와 국세청 간의 관계를 경찰과 도둑처럼 적대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반면, 스웨덴 국세청은 탈세 문제를 다루는 관점 자체가 다르다. 스웨덴은 국민을 단순히 경제적 이득을 계산하는 존재로 보지 않고, 사회적 책임과 도덕적 의식을 갖춘 존재로 본다. 따라서 세금은 ‘돈’이 아닌 ‘사회적 가치’로 접근한다. 스웨덴 국세청의 비전은 ”모든 국민이 자발적으로 공정하게 자기 몫의 책임을 다하는 사회“를 이루는 것이며, 납세를 공동체의 이익과 연대의 행위로 해석한다.
스웨덴은 탈세의 불이익을 높이는 대신 국세청에 대한 신뢰를 증대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세금을 신고하기 전에 자세한 세금 정보와 높은 수준의 상담을 제공해 납세자가 법을 지키는 것이 쉽고 자연스러운 선택이 되도록 돕는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정하게 법집행을 하면 모든 납세자를 존중으로 대한다. 올바른 일을 올바른 방식으로 해야 국세청의 신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또한, 스웨덴 국세청은 성실납세를 당연한 시민의 의무로 보고, 이에 대해 ‘모법납세자’상과 같은 별도의 보상을 제공하지 않는다. ‘모범납세자상’은 성실납세가 희소하다는 인식을 주어서 오히려 성실납세 의식을 낮출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무거운 가산세와 벌금, 최고 무기징역의 형벌, 고액체납자 명단공개, 모범납세자 우대 및 세금포인트 제도 등 강제적 준수 전략으로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구사하는 한국 국세청의 정책과 대조적이다.
납세자연맹은 이 같은 차이가 국민과 국세청 간의 관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납세자들에게 “탈세를 하면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말하는 강제적 준수 전략을 사용하는 한국 국세청에서는 납세자가 국세청을 두려움과 불신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세금을 납부하면서 공포와 두려움, 분노 같은 부정적 감정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스웨덴의 자발적 준수 전략에서는 납세자가 자신을 공동체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여기며, 세금 납부를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행위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특히, 납세자는 세무조사를 “나만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성실하게 납세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절차”로 인식하면서, 자신이 공동체 안에서 보호받고 있다는 긍정적인 감정을 느낀다고 연맹은 덧붙였다.
최근의 세금심리학 연구들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에 따르면, 탈세를 억제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세무조사 강화나 포상 제도가 아닌, ‘성실납세’를 사회적 규범으로 자리 잡게 만드는 것이다. 납세가 옳은 일이며, 탈세는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이라는 사회적 규범을 강화할 때, 개인의 양심이 탈세를 365일 감지하게 되고 탈세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납세자연맹은 스웨덴 국세청이 한국과 달리 ‘맞벌이 근로자 절세 안내’를 하지 않거나, 특정 직군에 대해 직권환급을 하지 않으며, 스마트 환급서비스 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이유도 이와 같은 철학에 기초한다고 언급했다. 스웨덴에서는 절세나 추가 환급과 같은 행위는 민간 영역에 맡기는 것이며, 국세청은 세금신고 절차를 더 간단하게 하고 세금정보를 더 쉽고 더 자세히 제공하여 사전에 비의도적인 오류를 막는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또 납세자연맹은 스웨덴 국세청 홈페이지가 연도별로 체계적으로 정리된 세금 정보를 제공하는 점도 한국 국세청과의 차이점으로 꼽았다.
김선택 회장은 “스웨덴 국세청에는 신뢰가 있지만, 한국 국세청에는 신뢰가 없다는 것은 원칙이 아니라 결과”라며, “국세청의 신뢰 수준은 어떤 전략으로, 어떤 일을, 어떤 방식으로 수행했는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납세자의 날에 즈음하여, 한국 국세청이 지금이라도 강제적 준수 전략에서 자발적 준수 전략으로 전환하고, 올바른 일을 올바른 방식으로 꾸준히 실천한다면, 신뢰는 천천히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뢰는 걸어서 오지만, 갈 때는 말을 타고 간다”며 전략 전환의 시급성을 거듭 강조했다. (끝)
■참고1 : 한국 국세청과 스웨덴 국세청의 법 준수 전략 등
■참고2 : 한국 국세청의 ‘절세’ 강조 홍보 예
■참고3 : 스웨덴 국세청 신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