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은 인터넷 상에서 이름을 검색하면 개인 상세 정보가 여러 사이트를 통해 공개되는 나라이다. 나이, 성별, 주민번호로 가입한 전화 번호, 결혼 유무, 같은 거주지에 등록된 동거인 이름, 애완견 유무, 집 평수와 부동산 시세, 거주지 주변의 평균 소득, 이웃 자동차 보유 여부와 종류 등은 기본적으로 공개된다.
각 공개 항목을 클릭하면 상세 정보가 나오고 하위 항목의 해당정보를 계속 탐색할 수 있다.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일 경우 보다 정확한 정보를 찾기 위해서 현재 거주지나 대략의 나이만 알아도 기본 신상 정보는 파악 가능하다. 또 이 모든 정보가 무료이다.
기본 신상 정보 외에 연 소득 정보와 근무하는 회사 정보도 별도 비용을 지불하면 정보를 구입할 수 있다. 단, 스웨덴의 주민번호 중 고유 식별 번호인 뒤 네 자리는 비공개이다.
사생활을 중요시할 것 같은 스웨덴에서 개인정보가 어떻게 모두에게 공개되고 비용을 주고 거래되는 일이 합법이 되었을까?
2018년 5월 25일부터 유럽연합 국가에서는 일반정보보호규제법(Dataskyddsförordning, GDPR)이 시행되고 있다. 법 조항 17조에는 잊혀질 권리가 명시되어 있는데, 이 조항은 개인이 정보 삭제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경우 이들의 정보를 다루는 자는 지체없이 삭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애초에 개인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규제 조항은 없다.
유럽연합 회원국인 스웨덴은 유럽 연합법 조항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반면 1766년 세계 최초로 언론자유법을 통과시킨 스웨덴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철저하게 보장받는 국가이다. 왕이 공표한 법령에 따라 언론이 개인 정보를 활용하고 공개할 때에도 왕으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의무 조항을 적용 받지 않았다.
스웨덴 헌법에서 보장된 ‘언론의 자유’는 ‘언론 자유법’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기본법’ 으로 나뉘어져 어떤 정보라도 공공의 정보가 되어 투명하게 공유되고 활용되도록 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유럽연합이 규정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조항은 스웨덴에서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스웨덴 의회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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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으로 보장된 권리를 바탕으로, 스웨덴에서 개인정보 공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사이트는 다음 세 곳이다.
▲캡쳐화면/개인정보공개 사이트 랏싯
예컨대 검색창에 스웨덴 기업 이케아 회장 ‘페터 알렉산더 반 데르 포엘’의 이름을 넣어보면 생년월일과 사회보장번호 일부, 성별, 결혼 유무, 집 주소, 거주지 형태, 전화번호, 자동차 종류, 애완 동물의 종류와 수, 동거인의 인적 사항 등 이 나온다.
여기에 같은 이름으로 검색어를 넣어보면 다음과 같은 정보가 나온다.
위에서 열거한 내용과 유사하지만 같지만 몇 가지 항목이 빠진 것도 있고, 이케아 영업 이익과 같은 상세 정보는 추가로 검색된다.
개인정보의 공급원
이들 민간 사이트들은 방대한 개인 정보를 어디에서 확보하는 것일까?
스웨덴에서 정부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인터넷 상에 공개하는 일은 합법이다. 개인정보를 다루는 민간 회사들은 국가로부터 ‘출판권’을 얻어서 확보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보장받고 있다.
개인정보 공개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들은 정보를 스웨덴 정부 기관, 그 중에서도 대다수를 스웨덴 국민의 주민번호를 관장하는 국세청을 통해 얻고 있다. 이 밖에도 개인이 휴대폰을 계약한 통신사 등을 통해 얻기도 한다. 국가 기관인 ‘국가 개인 주소 등록청(SPAR)’은 인구 등록 정보를 국세청에서 받아 업데이트 하고, 이들 정보를 제공해준다
개인정보 공개의 부작용
정보 공개가 투명한 사회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입장도 있지만,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인터넷 상에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제공되는 개인정보 가 범죄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그런 예도 있다. 헤어진 연인 사이에서 개인 정보를 검색하여 스토킹을 하고, 모르는 사람의 개인 정보를 사서 스팸을 보내고 거주지 등록을 하는 등의 사기행각을 벌이는 등 정보 공개의 부작용은 계속 지적되는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 정부가 개인정보 공개와 정보의 악용 가능성이라는 상관관계에 대해서 이렇다 할만한 대책 마련을 내놓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렇다 보니 개인 정보가 인터넷 상에서 쉽게 검색되고 공유되는 것이 싫은 사람들은 각 정보 공개 사이트, 통신회사 등에 일일이 요청해 정보를 숨겨주거나 삭제 해줄 것을 직접 요청한다. 인터넷 상에서 감춤 기능은 가능하지만 실상 이들 민간 개인정보 공개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내 개인 정보’를 영구적으로 삭제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인터넷 상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활동과 거래 등으로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는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논란이 되어 왔다. 어느 정도 보호하는 것이 적정선인지, 정보를 공개하여 투명한 사회로 나아간다는 주장이 합당한 것인지 완벽한 답은 없다. 개인 정보 보호와 남용이라는 논쟁 사이에서 스웨덴과 같은 국가 사례를 참고하여 각자의 상황에 맞는 답변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스톡홀름 국제 납세자 권리 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