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과세가 시급한 이유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김선택
우리 국민들에게 “세금 납부할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라고 물었을 때 “흔쾌히 낸다”는 응답자 비율은 아마도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을 것이다. 이처럼 성실납세의식이 낮은 이유는 고압적 세무행정과 세금낭비, 무엇보다 불공평한 세금이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동일한 소득에 대해서는 동일한 과세를 해야 하지만, 똑같이 1억 원을 벌어도 유리지갑 근로소득자는 100% 과세되지만 소득의 일부만 신고하는 부동산임대소득자는 30%만, 종교인은 전혀 과세되지 않는다. 근로소득자들이 세금납부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부 종교인들은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는 이유로 ▲종교의 자유 ▲이중과세 ▲작은 세수규모 ▲자진납세로 해결할 필요성 등을 들고 있다. 과연 그럴까.
종교의 자유와 납세의무는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다. 미국 대법원은 “종교적 신념에 따른 ‘일부다처제(중혼)’를 ‘일부일처제’ 법률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이 ‘종교의 자유’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세법상 ‘이중과세’란 동일 납세자에게 동일 소득에 대해 같은 성격의 조세를 두 번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신도들이 소득세를 낸 기부금에 다시 과세하는 것이 이중과세”라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
세수규모가 작을지도 의문이지만, 설혹 작더라도 종교인과세 반대논리가 될 수 없다. 세수목적도 중요하지만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공평주의’를 실현해 특권계급을 허용하지 않는 헌법정신을 실현하는데 더 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법제화를 통한 강제징수가 아닌 자율납세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은 “조세란 공공경비를 국민에게 강제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라는 본원적 정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런 어이없는 주장이 나온 데는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지 않은 국가 탓이 크다. 국민 중 세금을 자율납세로 낼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현행 ‘소득세법’에는 종교인에 대한 비과세규정이 없다. 종교인이 세금을 내지 않으면 “내라”고 안내하고, 그래도 내지 않으면 세무조사권을 발동해 세금을 징수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우리 국세청은 기획재정부에 ‘종교인 과세 여부’를 묻는 유권해석을 의뢰하고, 기재부는 “과세 된다”고 답변하면 될 일을 머뭇거린다. 그러다가 본법도 아닌 시행령에 “기타소득 중 사례금”으로 규정하고 “2016년 1월1일부터 과세한다”고 했다가 또 같은 내용을 올해 소득세법 개정안에서 신설한다고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힘없는 일반국민에게 엄격한 법적용을, 힘 있는 종교인에게는 물렁한 법적용을 하는 것이다. 이른 바 ‘유권무세 무권유세’로 정부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종교인 소득은 계속적·반복적 소득으로, 근로소득에 해당된다. 이를 조세체계에 맞지 않게 ‘기타소득 중 사례금’으로 규정한 것은 잘못이다. 저소득 종교인들이 소득의 16%를 납부하는 사회보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저소득 종교인들이 근로장려금 등 복지혜택을 받기 위해서라도 근로소득으로 과세하는 게 맞다.
2013년 귀속 근로소득자 연말정산 통계에 나타난 기부금 중 74%인 5조원이 종교단체기부금이다. 기부금 소득공제로 매년 1조원이상의 보조금이 종교단체에 지급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면서도 정부는 다른 비영리단체와는 달리 종교단체의 재정상황을 전혀 감독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 피땀인 세금을 재원으로 보조금으로 지급하면서 정부가 관리감독을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우리나라도 캐나다처럼 국세청 웹 사이트에 종교시설 재정상황, 종교인 보수 수준, 종교인 인적사항 등을 상세히 공개해 종교인과 종교시설에 대한 최소한의 재정투명성을 감시해야 하는 이유다.
(2015년 10월15일 08:00<연합뉴스> 보도)